"그 누구도 우리의 집을 해코지할 수는 없어. 인간들도 할 수 없어. 저 괴물도 할 수 없어. 비바람도 할 수 없어……." (p.173)
하늘을 사랑하여 스스로 하늘눈 이라 이름 지은 암컷 딱새 하늘눈, 다른 새들은 그런 하늘눈을 몽상가 또는 하늘바라기 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늘눈이 다른 수컷 딱새들의 구애를 거절하고 선택한 것은 번개부리 라는 이름의 딱새였다.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고욤나무 속의 둥지를 허풍쟁이(멧새)부부에게 빼앗기고 번개부리를 따라 새로운 터전으로 향한다. 여기까지는 한가로운 숲속의 정경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저자는 글을 통해 그들 또한 인간만큼이나 아니 인간보다 더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워 보이는 정경 속에는 생존을 위한 먹고 먹히는 경쟁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연히 보여주는 것이다. 고양이 악마의 발톱 이나 족제비 교활한 목도리 등 위협적인 존재들로부터 둥지와 알을 지켜내지만 자연이 주는 위협에 모든 것을 잃어야 했다. 집을 잃고 품고있던 알을 잃어야 했으며 수컷 딱새 번개부리를 잃어야 했다. 집과 가족이 모두 하늘눈이 곁을 떠나버린 것이다.
인간은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자연의 품속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문명(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문화와 사회)을 떠난 인간이 과연 자연속에서 잘 살아갈수 있을까? 이상권의《하늘을 달린다》는 자연다큐멘터리다. 인간은 그 속에서 주인공이 아닌 하나의 이방인에 지나지 않았다. 알과 남편을 잃은 아픔이 있는 암컷 딱새 하늘눈과 알과 아내를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수컷 딱새 노을소리 ,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그런데 그들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하필이면 이번 둥지로 선택한 것이 인간의 집에 있는 우체통이었다. 그 선택으로 인해 그들은 다시 알과 둥지를 잃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시 열심히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한번의 절망에 쉽게 자포자기하는 사람이 작고 나약한 딱새에게 배워야 할것이 바로 그런 근성 아닐까 싶다. 문제를 문제 자체로 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 고난은 스스로 짊어질만큼만 온다고 했으니까.
이 책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딱새는 어떤 종류의 새인지 알아볼까? 참새목 딱새과의 소형 조류인 딱새 는 도시 변두리나 농촌의 정원과 인가 근처 등에 서식하며 나무 구멍, 오래된 집의 처마 밑, 쓰러진 나무 밑, 바위틈 등에 이끼류나 나무껍질 등으로 오목한 둥지를 만든다. 크기도 비슷하고 서식지도 같아 모든 면에서 딱새 와 비교 대상인 박새 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날수 있는 참새와 비슷해서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는 어떤 새인지 알아보기가 힘들다.《하늘을 달린다》를 보면서도 자꾸 현실의 문제가 대입되고 있는지 현실의 문제를 잊기위해 책을 읽고 있음에도 현실의 문제가 자꾸 책속으로 들어와 글자로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하늘눈과 노을소리의 이야기는 삶이 주는 고단함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딕혀 해결해 나가라고 충고하는 것 같았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딸, 어떻게 해결해야 현명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왜 나한테 이런 가혹한 운명이, 왜 나한테만 찾아오는 거지. 아아, 이럴 수는 없어. 이건 뭔가 잘못된 거야." (p.256) 상처입은 사람들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아프다고 말하기엔 너무 가벼운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래도 아픈 것은 아픈 것이여. 아프다고 투정부리고 힘을 내서 일어날거여. 실패라고 말하지 않고 잠시 멈춤이라고 휴식이 필요해서 쉬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어. 하늘눈과 노을소리가 모든 것을 잃는 슬픔을 겪었으에도 다시 일어나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기 시작한 것처럼 적당한 휴식을 끝내고 다시 세상에 도전해볼거야. 고통 없는 성장이란 없는 것이라고 청소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현재의 고통이 미래에 대한 꿈을 더 크게 키워 줄 것이라고. 그럼에도 내 아이만은 고통 없는 길을 걸아가길 원하는 것은 나뿐 아닌 모든 부모들이 바라는 것이겠지? 사춘기가 성장에 꼭 필요한 통증이라 할지라도 조금 덜 아프면서 자라나길 바래.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먼나라의 이야기이길 바란다.
날고 싶어, 하늘눈 속으로…… 미치도록
새들의 세계로 보여주는 삶과 사랑, 생명과 자연의 이야기
생태문학 작가로 알려진 저자 이상권 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암컷 딱새 ‘하늘눈’은 수컷을 만나 함께 둥지를 틀고 위협적인 침입자로부터 무사히 새끼를 지키기 위해 고곤분투한다. 또 주인공 딱새 외에도 멧새, 오목눈이, 할미새, 박새 등 다양한 새들이 둥지를 짓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는 새들 각각의 특성을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실제로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수많은 새를 만났다고 한다. 이 작품은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경계하고 격렬하게 싸워야하는 자연 상태에 처해진 새들의 삶을 보여준다. 피치 못할 싸움이나 죽음은 곧 다른 삶과 새로운 평화로 이어지고, 여린 딱새들의 멈추지 않는 날갯짓과 몸짓은 다른 생명과 삶의 기회를 더불어 나눈다. 작가는 새 한 마리 한 마리의 목적있는 삶을 그리며, 무목적인 삶을 사는 우리의 문제를 조용히 견주어보게 한다.
눈 맑은 새가 살고 있었다
강하면서도 순수한 눈빛
새들은 모두 자기 집을 짓는다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하다
흔들림의 미학
생명을 탄생시키는 어머니는 신이나 다름없다
아기들의 무덤
외로움이란 허둥거림 같은 것이다
영혼이 떠나버린 알은 차갑다
그의 입에서 노을 소리가 흘러나온다
인간의 집 그리고 우체통
자신의 생살을 퍼서 다섯 개의 우주를 만들다
바람춤의 처절한 선택
줄탁
악마의 발톱이 왔다
삶과 죽음의 차이
인간의 작은 호기심이 새들의 생을 흔들다
안개 속의 추격자
날고 싶다
에필로그
발문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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