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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잔칫날처럼

opifsudih 2024. 2. 14. 09:39


지난 봄 부산 여행길에 들린 보수동 책방 골목 남해서적 지긋한 사장님은 낯선이가 비를 맞으며 두리번 거리는 게 아쉬웠는지 들어와 구경하라 청하셨다. 가벼운 배낭은 짐으로 여유가 없어 겨우 소설 두권 들고 나오는 내게 커피 한잔 하고 가라며 잡으신다. 결국 심심하셨던거다. 어제는 서울에서 온손님이 헌책을 50만원 어치나 사갔다는 자랑이끝나고본인은 이제 소설이 지겹다며 몇년 전 부터는 시만 읽는다고 하신다. 그래서 시는 어떻게 읽는 건가요? 하고 물었더니, 그런 생각 다 버리고 그냥 읽으라, 시는 그러다보면 읽히는 것이다 라고 하시더라. 덕분에 그후론 서점에 가면 시집 코너도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하지만 막상 얇은 책에 깨알같은 글씨의 책 무더기를 보면 하나씩 살펴볼 엄두가 안나 늘 그냥 돌아서곤 했다. 그러다 결국 얇은 책 사이 눈에 띄는 두툼한 책 한권을 발견했다. 고은 시선집 고은 시인의 칠순을 맞아 후배 시인들이 엮었던 어느 바람 을 다시 시인의 팔순 기념으로 증보한 책이다. 5백 페이지 짜리를 언제 읽을까 걱정도 했는데 막상 쑥쑥 읽힌다. 처음부터 해석하지 말고 편하게 읽자고 작정한 것도 있고, 그의 시 자체가 편하게 읽히는 것도 있다. 가끔 클래식 음악이 나를 안아주고 위로해준다고 느낄 때가 있다. 고은의 시집을 읽는 건 내 자신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전세계를 감동시킨 고은 문학인생의 결정판
근작까지 대표작을 모두 수록한 단 한권의 시집!

고은 시인의 팔순을 맞아, 그의 칠순 기념으로 냈던 시선집 어느 바람 을 증보하여 간행한 책이다. 편자의 추천을 받아 모두 240편의 작품을 담았으며, 근년의 역작들이 비교적 풍부하게 수록되었을 뿐 아니라 최초 발표작 「폐결핵」등 많은 독자에게 친숙한 초기작품들을 거의 다 만날 수 있다. 다량의 작품을 수록하다보니 간편한 한권 의 시집을 만들려는 초기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애장하고 애송할 한권의 시집이 될것임에는 틀림없다.


시인의 말
어느 바람 시인의 말
일러두기

제1부
폐결핵
천은사운
심청부
다어
시인(時人)의 마음
초파일날

(......)

2천년 이후
구름을 보다
길을 물어
내 변방은 어디 갔나
밤길
부탁

어느바람 발문│백낙청
편자 후기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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