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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김종렬/한림출판사]버려진 개와 고양이들의 축제의 시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전통적인 대가족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핵가족이 되고 있다. 요즘은 1인 가구도 늘고 있다고 한다. 외로워서 일까. 반려 견, 반려 묘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불경기에도 펫 시장은 호황이라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점점 커지는 펫 시장이지만 한편에선 버려지는 펫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건 아이러니인데......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 버려진 길고양이와 버려진 개들의 눈을 통해 인간의 삶을 조명해보는 의미 깊은 동화다. 어떤 포유류보다 인간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버려져서도 인간의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는 개와 고양이들의 생활을 호소력 짙은 풍자로 풀어낸 동화다. 마치 뮤지컬 <캣츠>를 보는 것 같다. 춤추고 노래하는 개와 고양이가 상상이 되는가.   이른 새벽이면 일어나 신문을 돌리는 새벽의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옥탑 방에 산다. 어느 날 꼬리 끝에 흰 무늬를 가진 고양이가 다녀가면서 할머니의 소중한 반지가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의 보물을 찾으러 고양이를 따라 온 곳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어느 새벽에 기둥 같은 하얀 요리사 모자를 쓴 요리사가 세발자전거를 타고 내달린 곳은 어느 레스토랑 앞이었다. 아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레스토랑에 대한 로망을 그리는 순간, 간판의 네온사인들이 번쩍인다. 그리고 이제껏 보지 못한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이라는 간판이 춤을 추듯 반짝이기 시작한다. 더욱 진기한 일은 버려진 길고양이들과 버려진 개들이 골목에서 쏟아져 나오더니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세발자전거 요리사의 추임새에 맞춰 검은 고양이 피터와 커다란 개 엘리자베스의 춤을 선두로 개와 고양이들의 은밀한 축제가 벌어진 것이다.   오늘은 달 없는 밤~ 은밀한 시간이 시작되지이~ 고양이가 노래하고~ 개들이 춤추는 시가~안~ 싸움과 다툼이 사라지고~ 슬픔과 눈물도 사라지네.~ 오늘은 달 없는 밤~ 은밀한 시간이 시작되지이~ 오늘은 달 없는 밤~ 은밀한 시간이 시작되지이~ 싸움과 다툼이 사라지고~ 슬픔과 눈물도 사라지네.~   요리사의 노래에 개와 고양이들이 절묘한 화음을 내며 아름답게 합창으로 이어진다. 요리사와 개와 고양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노래와 춤이 번쩍이는 조명과 함께 뮤지컬 <캣츠>처럼 흥겨운 무대가 되어 들썩거린다. 길고양이들이 만들어낸 한국형 ‘캣츠’!   춤을 마친 개와 고양이 무리는 한데 어우러져 즐겁게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보랏빛의 새콤한 주스를 들이키며 은밀한 축제의 시간을 갖는다.   자신도 모르게 레스토랑으로 다가간 새벽의 아이는 레스토랑 문을 열게 된다. 하지만 초대받지 않는 손님인데다 와서는 안 될 인간이기에 개와 고양이들은 새벽의 아이를 내쫓으려 한다.   너희가, 우리가, 우리의 동료들이 왜 차가운 거리에서 이름도 없이 죽어 가야 했을까. 그 대답은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어. 우리를 버린 건 인간이야. 먹다 남긴 음식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듯 그렇게 상자에 넣어, 목줄에 묶어, 인적이 드문 길가에, 무너진 건물 안에, 비바람 치는 골목길에 내던지듯 버린 인간들이라고. (45쪽)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새벽이면 어김없이 신문을 돌리던 소년을 알아보게 된다. 개와의 싸움에서 다친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는 고양이 피터는 새벽의 아이가 새콤차를 먹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누구보다도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며 구원의 아이였으니까.   피터 덕분에 새콤차를 마시면서 신비로운 향기에 젖은 아이는 자신이 이곳에 온 용건을 말하게 된다. 아이가 잃어버린 할머니의 반지를 찾으러 왔다는 말에 한동안 시끄러워진다.   말썽쟁이 고양이 바바라가 구슬달린 금반지를 어느 옥탑 방에서 훔친 사실을 실토하면서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그리고 도둑고양이에 대한 설전이 한바탕 벌어진다. 하지만 소년이 찾는 반지는 은반지였다.   결국 바바라가 훔친 반지로 인해 수상한 옥탑방의 정체를 밝히게 되는데……. 도둑고양이의 누명을 썼다가 탐정이 되는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적의 시간을 기다리는 일도 꽤나 즐겁지 않은가. 일 년에 단 한 번, 달이 없는 어느 밤, 어디선가 세발자전거 페달 밟는 소리가 들리는 날, 그렇게 불쑥 찾아오는 은밀한 시간! (122쪽)       주인이 버리고 간 늙은 개의 집을 지키다 죽은 이야기, 죽어간 개와 고양이를 추억하는 이야기, 속내를 털어놓고 서로 화해하는 분위기, 모두가 친해지는 마법 같은 대화들, 새콤차와 달콤빵으로 만찬을 즐기는 행복, 이 모두가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엘리자베스, 바바라, 피터, 브래들리, 개와 고양이의 이름 때문일까. 잘 쓴 외국 동화를 읽는 느낌도 든다. 개의 자부심과 고양이의 품위, 개의 용감함과 고양이의 영민함을 느끼게 될 책이다.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은 버려진 개와 길 잃은 고양이들이 벌이는 희망과 기쁨이 넘치는 마법의 시간이다. 인간들에게도 이런 은밀한 시간이 필요한데......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화해하는 시간, 불편한 관계의 사람들이 서로 친해지고 점점 가까이 가는 축제의 시간은 절실한데......  

버려진 개와 고양이의 기적과 희망의 시간 이야기!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 은 사람들이 모르는 개와 고양이만의 시간 속에서 ‘동물들의 삶과 죽음, 남은 자들의 치유’를 그린 작품입니다. 모두 잠든 시간, 개와 고양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살아 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한 번쯤 ‘개와 고양이와 함께 서로를 위로하며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과 마주하기를 바랄지도 모릅니다. 도시를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그곳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