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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소설가의 유일한 윤리는 좋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믿는다. -작가의 말정용준 작가의 소설들을 역순으로 읽었다. 세 편의 단행본을 읽으며 빈 공간에 어떤 세계를 그려 넣고 있는 작가의 등이 연신 보였다. 그 진득하게 깊이 내려앉는 모습을 선망하면서도 가끔 마주하기 버거울 때도 있었다. 덮어두고 눌러두었던 내 안의 어둠을 항해하는데서 비롯된 피로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애써 담담해진 마음을 젓는 물살은 여동이 길다. 그러나 삶의 진액을 타르처럼 검게, 때론 붉게, 또 때론 파랗게 토해내는 깊고 섬세한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무게감과 가벼움을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두 가지 세상이 팽팽히 겨누는 인상을 받았다. 움직임과 이동성이 있는 건강한 서사와 반대로 고여 썩는 서사. 어느 것 하나도 깨지지 않고 함께 균형을 잡아 간혹 지독한 먹구름이 몰려올 때도 참을 수 있다. 이 소설집을 읽는 내내 조지프 콘라드의 <암흑의 속>이 겹쳐보였다. “시간은 죽고 싶다는 생각의 끝없는 회귀이고, 삶은 그것을 버텨내는 불안함이자 미쳐가는 정신의 바다를 항해하는 돛 없는 배였다. 난 끝없이 표류하고 조금씩 침몰했다(52).” 그렇다면 작가의 궁극적인 항해는 인간의 심연과 세상의 저면 탐구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몸부림만큼 동굴에 가둬지는 시선을 제시해 어떤 것에 무게를 둘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1. 희미하지만 희망 수신음 [떠떠떠, 떠]는 다름에 대한 몰이해와 폭력을 말한다. 사자와 판다의 탈을 쓰고 동물원에서 재회하는 동창이 ‘혀’를 통해 생의 감각을 소생시키는 (진정한) 사랑이야기다. “떠, 떠, 떠, 떠, 떠떠떠... 사, 사, 사아, 아, 아아, 아아아, 라라, 라라라라, 라, 라라라, 아, 아아앙, 해(39).” 소설집에 생존 경쟁으로 얼룩진 인간사회와 다르게 보호받는 안락한 공간으로 동물원이 몇 차례 언급된다. 문학에서 영화관, 화랑, 식물원, 동물원 등은 바깥세계의 치열함이 중단된 자궁 같은 회귀 공간이 되곤 한다. 간질이나 말더듬이 등의 장애를 가진 대상을 향한 불편한 시선, 즉 인간 이하의 존재로 낮춰보는 불평등함을 환하게 비춘다. 障礙라는 한자의 가로막힌 모양새를 한참 들여다보며 앞으로는 눌변에 대해 예민하거나 참을성 없게 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구름동 수족관]은 여러 소설들처럼 세상의 후미진 곳을 주시한다. 음지에서, 빈번하게 행해지는 폭력의 양상에 주목하는 작가는 성폭력, 기형 출산, 낙태 등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미친 개 같은 짓을 까발린다. 폭력과 악을 쥐어짜 날 것 그대로도 잘 드러내지만 이 소설처럼 아프지만 따뜻하게, 절망적이지만 출구를 완전 봉쇄하지 않을 때가 더 좋다. 작가는 종종 인간을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에 빗댄다. 이 소설에서도 입이 상한 우럭과 자꾸 드러눕는 광어가 농과 송을 비유하는 것만 같다. 살기와 자살 충동이 난무한 가운데 그것을 막는 방패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의 울음(:생의 노래)이다. 어쩌면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가진 것 중 하나를 내밀 때 적지 않은 희망이 뭉쳐지는 것 같다. “회만 머, 머, 먹고 가, 가, 길래, 아까, 워, 서(158).” 하얀 김이나 벚꽃 향 정도의 훈기도 사랑인 것이다. [가나]는 소설집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루는 깊은 잠을 꿈꾸는 충동하는 검은 유혹을 그린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혼령이 되어 아들의 이름을 짓는 부성의 한이 안타깝다. 다른 사랑에 홀려 뒤늦게 알아본 마지막 사랑의 울림이 깊다. 빌러비드의 또다른 말, 하비바여. 물과 술과 눈물이 뭉친 바다에서 출렁이는 한 남자의 모습이 자꾸 어른거린다. <바벨>에서처럼 노래(:가나)하고 시를 읊는 혀의 가치를 아들의 울음소리에 그러담는다. 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만큼은 잊지 않았다. 그 소리를 어찌 잊겠는가, 바다의 노래가 삶을 희롱하며 죽음으로 이끌 때마다, 까닭 없이 무력해진 마음속으로 빠져들어 차라리 죽고 싶어질 때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내 어깨를 붙들었다. 어쩌면 아이의 울음소리는 노래였는지도 모른다. 노래하지 못하는 (벙어리) 당신을 대신해 그 아이가 튼튼한 목청으로 노래를 부른 것이라고 생각된다. (67) [어느날 갑자기 K에게]에서는 인간의 몸과 형체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감각을 다시 한 번 눈치 챌 수 있다. 몸에서 나온 불순물(뿔)은 분신 혹은 분열된 자아 혹은 초자연적인 신호(교신)일 수 있다. 외모를 둘러싼 편협한 시선과 함께 집이라는 공간이 수족관의 이미지를 갖는다. 방치되는 순간 변기로 내려가고 마는 그 부서지기 쉬움을 말한다. 카프카의 <변신>과 이적의 <뿔>을 통해 소설과 음악이 한 고립된 인간에게 어떻게 가닿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은근히 설득한다. “괜찮아, 괜찮아. 벌레로 변한 사람도 있는데 나는... 뭐, 이 정도면 괜찮아(251).” 여담이지만 <변신>을 읽을 때면 왜 그레고르는 애로사항을 가족들한테 미처 털어놓지 못하는지, 인간의 말과 몸을 잃었다는 이유로 그를 외면하는 가족들이 답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상황에 놓일 때 그리 다르지 않을 이기적인 마음과 처세가 그려져 입술을 앙다물었다. 별다를 바 없는, 못 미더운 내 윤리 의식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하나 내편이 되어주지 않고 노동력을 잃은 몸이라고 내친다면 가족은 왜 있지 싶다. 무엇이 나를 지켜줄 수 있을지 두렵다. 그 안전을 위한 선택과 믿음이 과연 옳은 건지도 헷갈린다. 2. 고립된 곳에서 보내온 발신음 [벽]은 사회조직의 가장 밑, 즉 실재하나 어둠에 묻힌 하부계층을 고발한다. 노동 착취와 인권 말살로 멍든 소금밭과 막사, 그리고 사내-반장-일꾼으로 분리된 구조는 <동물농장>을 연상시킨다. 자멸한 혼령들의 벽이 남아있는 자들의 숨통을 조여 온다. 인간이 말을 잃는 순간 얼마나 무감해질 수 있는지, 전체주의로 멍든 폐부를 잘라내 보인다. 우리네 삶이 “불만보다는 지금의 상태라도 유지하고 싶은 무력감이 지배하는 땅(89)”과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는 듯싶다. [굿나잇, 오블로]에서는 가족 내 불협화음과 비애를 그린다. 한사람의 노력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배를 붙잡을 수 없듯이 한 가정의 슬픔과 고통이 일사분란하게 소거되고 해피엔딩으로 변조되기 힘듦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괴물 같은 변태적 인간의 등장은 극복되기 어렵다. 김행복 씨의 자제인 왕자와 장미는 전혀 이름에 걸맞지 않는 생활을 하며 잔혹동화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러시아문학의 인물에서 따온 별칭― 스끼, 오블로, 꼬프로 현실의 악취를 빼내려하지만 불가능하다. [여기 아닌 어딘가로]는 햄스터의 (새끼를 잡아먹는) 악몽을 일깨웠다. 사랑과 대화가 소실된 자리에, 실패한 말이 침이나 껌의 단물로 뱉어지는 듯했다. 전쟁이 발발한 상황에도 자기방의 어둠으로 기어들어가야 하는 무력함이 헤밍웨이의 단편(<살인청부업자>의 올 앤더슨)을 떠올리게 했다. 누군가를 쏘고 싶은 살기와 깊은 잠에 빠지고 싶은 자살 충동이 검은 밤을 휘젓는다. “여기 아닌 어딘가로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피로가 잔속에 담긴 물처럼 그의 몸을 가득 채운다. 자고 싶다. 자고 싶다. 꿈조차 없는 긴 잠을, 자고, 싶다(212).” [사랑해서 그랬습니다]를 읽으며 누구의 사랑이고 변명일지 궁금했다. 마지막 기술에 화들짝 놀랐다. 사라도, 동생도, 부모도, 잠정적인 애아버지도 아니었다. 폭력의 가장 큰? 희생자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이 소설 역시 가족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했고, 서로의 말을 믿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우리는 모두 오셀로였다. 오셀로의 귀로 누구를 지켜주겠다는 것인가.[먹이]는 작가의 두 가지 시선 중 먹 같은 암울함을 찍어낸다. 주인공은 인간사회를 야생의 삶에 빗대며 동물원의 동물에 마음을 둔다.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고 8평 방 안에 자폐적으로 틀어박혀 망상속의 검은 표범(일명 먹이)에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불면과 고립이 빚어낸 광견에 물린 밤이다. “
전위와 서정 사이, 그 매혹의 경계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신예 정용준의 첫번째 소설집이다. 한국 소설의 아주 어두운 계보인 죽음 충동의 에너지의 계보를 잇는 작가다. 아름다운 죽음의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표제작 「가나」등 9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떠떠떠, 떠
가나

굿나잇, 오블로
구름동 수족관
먹이
여기 아닌 어딘가로
어느 날 갑자기 K에게
사랑해서 그랬습니다

해설_ 아팠지, 사랑해.김형중
작가의 말

 

edema(부종) , wolverine(오소리) , trolley(손수레) , signing(서명)

매일매일단어암기평소 외워둔 영단어들도 안보다 보면 잊혀지곤 하죠 edema ( 부종 ) endometrial edema ( 자궁내막부종 )Comparison of the Effects of Prophylactic Nonsteroidal Anti inflammatory Drugs on Macular Edema After Cataract Surgery 서로 다른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의 백내장수술 후 황반부종 예방 효과 비교ORIGINAL ARTICL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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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두 번째 이야기

몰입이란 같은 시간을 얼마만큼의 효율성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그리고 몰입은 가치 있는 일을 성취하는 일과도 연관된다.즉, 몰입은 우리 인생을 어떻게 의미 있게 만들 것인가 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이 책의 서두에 몰입 연구의 대가 칙센트미하이교수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 우리가 보낸 하루하루를 모두 더하였을 때 그것이 형체 없는 안개로 사라지느냐, 아니면 예술 작품에 버금가는 모습으로 형상화 되느냐는 바로 우리가 어떤 일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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