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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댓 드라마티스트

드라마작가 지망생이라면 꼭 봐야 할 책.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드라마와 작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6명 드라마작가의 작품세계와 창작의 비밀(?)이 펼쳐진다. 이 책에 수록된 16명의 드라마작가들의 선별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불행하게도 그 기준이 책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김수현, 김정수, 김운경, 노희경의 수록은 이해가지만 송지나, 김은숙, 이환경, 신봉승의 미수록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진리가 당대의 기준이듯 이 책 또한 출간년도인 2011년의 기준인가? 아니면 저자로 표기된 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라는 정체(?)가 모호한 집단의 인위적인 합의의 기준인가? 이 책의 부제로 적힌 대한민국을 열광시킨 16인의 드라마 작가 에서의 방점은 열광 인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적인 편차가 존재하다는 것을 무시하진 못하겠지만. ​ 16인이라는 숫자도 애매하고 선정기준도 모호하다보니 전체적인 책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마치 인맥위주로 선정한 것 같기도 하고 구색맞추기 기획같기도 하다. ​차라리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 16명 을 리서치해서 선정했더라면 좀더 신뢰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충실하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요즘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해서 마이크 앞에 서는 게 관례화되었지만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진 드라마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작가입문기를 비롯해 작가정신과 철학, 드라마관, 모티브와 소재, 캐릭터 이야기, 비하인드 스토리 등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1년 가까이 틈나는 대로 몇 번을 읽었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다..창작론 같기도 하고 법문같기도 했다. 소비적인 특성이 강조된 탓에 예술적인 측면으로 해석되지 못한 한국실정에 반기를 든 형국같다고나 할까. 여튼 드라마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드라마를 쓰는지, 어떤 열정과 노력으로 일가를 이루어가고 있는지 숙연해 지는 부분이 많았다. 내 오해와 편견이 부끄럽기도 했다. ​  "마음을 그리는 것은 중요하다. TV 드라마는 마음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란한 액션이나 화면, 충겨걱인 사건이 아니라 마음의 행로이다. 그래서 자연히 말, 대사가 중요한 표현 수단으로 등장하게 된다." (김수현) "남루한 인간은 있지만 가치 없는 인생은 없다고 믿는다. 어리석은 인간은 있어도 악한 인간은 없다고 믿는다" (김운경) "바보 아빠의 캐릭터를 사랑하며 글을 쓰는 것하고 단지 캐릭터를 도구로 생각하며 쓰는 것하고는 천치 차이다. 인물을 도구로 쓰지 말 것. 이것이 드라마 작가 지켜야 할 작법 수칙이라면 수칙이다." (이선희) 이 책을 읽는 내내 드라마작가에 대한 경외심이 일었다. 2년 전만 해도 단순하게 글밥 먹는 직업 중에 가장 돈 많이 벌고 문화권력을 손에 쥔 작가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의 삶이 얼마나 뿌리 깊은 애정과 치열한 자기싸움과 고통이 따르는지 알았다. 그리고 진정한 작가 정신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직업이라는 것도. 단막극에 홀릭되어 이렇게 드라마작가에 대한 책들도 읽기 시작했다. 드라마작법 책도 여러권 읽다보니 꽤 재미있다. 결혼하기 전 TV 없이 7년 동안 살았던 내겐 큰 변화다. 요즘은 드라마 이야기할 때가 가장 신난다. 이 책은 앞으로도 계속 읽을 것 같다.

김재영(소설가, 코끼리 폭식 ), 김종광(소설가, 경찰서여 안녕 71년생 다인이 ), 박영란(소설가, 나의 고독한 두리안 나무 ), 서성란(소설가, 특별한 손님 파프리카 ) 등 한국 문단을 이끄는 소설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한 「올 댓 드라마티스트」는 드라마 작가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그려 내고 있다. 이들은 드라마 작가의 직업적 특성과 드라마가 지닌 의미에 대해서 성실히 조명했다. 그리고 모든 필진은 드라마 작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국 드라마가 세계에서 환영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느꼈다고 한다. 이들이 드라마 작가들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고 취재하면서 느낀 삶에 대한 어떤 긴장감은 취재 기간 내내 필진들을 따라다녔다. 독자들도 글을 통해 그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 인간의 길을 묻는 작가 김수현 이야기_김수현 편
2. 사람 사이에 정이 흐를 때_김정수 편
3. 아직 서울 하늘에는 달이 뜨는가_김운경 편
4. 나, 여자_주찬옥 편
5. 이 작품 접으세요_최순식 편
6. 그 여자의 앙코르_이선희 편
7.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이 궁금하다_박지현 편
8. 짐승처럼 살아온 이야기꾼_최완규 편
9. 아름다운 마법, 드라마_권인찬 편
10. 당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행복 바이러스_홍진아 편
11. 내가 사는 세상_노희경 편
12. 나는 드라마가 참 좋다_박계옥 편
13. 맹랑한 계집애의 도보 여행_김도우 편
14. 넘어져 가며, 참아 가며, 깨쳐 가며 그렇게……_정성희 편
15. 시로 무장한 계백 장군_정형수 편
16. 드라마, 감성과학을 꿈꾸다_이기원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