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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


사랑, 자유, 정의 모두 손에 잡히지 않은 저 높은 곳에 빛나는 태양 같은 존재들이다. 도대체 명확한 그 무엇이 없다. 원래 그런 것들이다. 애매해 보이고 사람마다 다르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 할 목표다. 이런 것들은 누가 가르쳐 준다고 알 수 없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부딪치고 아프면서 조금씩 체득해야 하는 것들.그 중에 사랑은 나에게 아주아주 모호한 것들이다. 나는 사랑받고 자랐고 내가 사랑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난 그것에 대해 많이 고민하지도 않았고 많이 아프지도 않았다. 그저 오면 오는가 보다, 가면 가는가 보다 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모닷불이 점점 사그라들듯이) 사랑 같은 건 없어도 사는데 별로 불편함이 없는 존재 정도로 내게 사랑은 그렇게 과소평가되어 있었다(버리긴 그렇고 창고 어딘가에 처박아둔).그러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김선우 작가의 책은 그냥 사둔다. 그리고 시간날 때 한권씩 읽는다. 아주 오랫동안 본 책이다. 지하철에서, 회사에서, 집에서, 커피숍에서. 이 책을 가방에 넣어놓고 여기저기 다니며 조금씩 천천히 읽었다. 사랑이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니. 그리고 작가가 왜 어쩌면 그게 전부 라고 생각했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더불어 작가의 사생활과 개인적인 생각과 취향까지 엿보게 되었다. 읽으면서 작가가 거인처럼 커보였다. 이렇게 자유롭고 넓다니!이 책은 사랑에 대한 고백이고 작가는 아름다운 사람이다.----------------다만, 사랑이 거듭될수록 분명히 알게 되는 진실이 있다. 서툴러 힘들거나 너무 사랑해서 가슴 아프거나 배반당하거나 권태롭거나 한 사랑들을 지나면서 우리는 알게 된다. 태어난 사랑은 성장하고, 성장한 사랑은 차츰 늙어가며,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13쪽)온몸으로 울 줄 아는 당신은 그날 이후 삶의 어느 부분이 분명 성장했을 것이다. 그 남자는? 글쎄. 또 어디선가 체면 구기지 않는 말끔한 얼굴로 어장관리 중일 확률이 높겠다. 어장관리사들은 울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성장하지 않는다. 현대의 연애와 부박한 관계성을 묘사하는 수많은 언어들 중 가장 한심한 등급의 어휘인 어장관리 라는 말. 부끄러워 얼굴 화끈거리는 이 말을 쿨한 능력의 소산이라고 착각하며 인생을 소비하는 동안 인생은 점점 가벼워질 뿐일 텐데, 그들은 그런 게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흔히 착각한다. (53쪽)여자의 바람대로 남자는 잘 성장하고 있는데 그녀는 왜 불안감을 느끼는 걸까? 연민이 사랑이 아닌 이유가 이 지점에서 적나라해진다. 연민의 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의 성장을 진심으로 반기지 않는다. 상대를 돕고 싶었지만 정작 상대가 성장해서 더 이상 내 도움이 필요 없어질 것 같으면 불안해지고, 상대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겨난다. 상대가 계속 자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로 머물러야만 관계의 안정감이 유지되는 이율배반, 이것이 연민의 한계다. (83쪽)어쨋든 내가 흥분하게 되는 것은, 시간이 짧거나 오래 지속되거나 하는 차이가 있지만, 인간처럼 동물도 특정한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고 끌리거나 홀린다는 것이다. 동물들이 짝짓기를 위해 아무나 유혹한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개들조차 아무하고나 짝짓기하지 않으며 선택하는 상대가 있고 거부하는 상대가 있다는 것. 성호르몬의 작동 유무와 관계없이 특정한 상대에 대한 호오가 있다는 것. 이것은 정말이지 신비한 일이다. (91쪽)*호오[好惡]: 좋음과 싫음 또는 좋아함과 싫어함을 아울러 이르는 말롤랑 바르트는 [사랑의 단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에 대해 쓰고자 하는 것은 언어의 진창과 대결하고자 함이다"라고.격하게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랑에 대해 쓰고자 하는 마음을 포기한 적이 없다. 사랑을 포기한 적이 없는 것처럼. 이것이 나의 유일한 자랑이다.문학이란, 특히 시란 필연적으로 실패의 기록이다. 그것은 사랑에 있어서 거의 절망적으로, 절망이 거의 환희롭게 실패한다. 언어로 사랑의 황홀을, 그 미열을, 그 폭풍을 섬세하게 담아내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됨을 매번 독려하는 힘 또한 사랑 안에서 나온다. 당신의 눈빛이 스치고 나면 한번 눈을 감고 뜰 때마다 달라지는 세계, 그것이 사랑의 한 단면이다. 사랑은 끊임없이 허기를 몰고 오며 말로 할 수 없는 섬세한 지층들을 우리들의 몸에 아로새기기 시작한다. 가장 음란한 몸이 가장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도 사랑의 힘 앞에서만 가능한 일이다.열정이 샘솟는 몸은 눈부시다. 세계에 동화되고 우주에 동화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사랑이다. 낭패가 크고 깊을지라도, 시도하는 것이 언제나 남는 장사인 것이 또한 사랑이다. 치명적인 상실감을 경험할 위험이 언제나 아주 높은 확률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불 짐을 지고 뛰어드는 나방처럼 나아가는 것이 사랑이다. 그쪽이 언제나 더 많은 것을 낳는다. 가장 순결한 유미주의는 죽을 것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111~112쪽)언젠가 이런 기도문을 읽은 적이 있다.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냥 그곳에 머물러 계시옵소서우리도 헐벗은 땅에 그냥 머물러 살겠나이다이 땅은 때로 이토록 아름다우니첫 행을 읽으면서 나는 풋! 웃었을 것이다. 둘째 행을 읽으면서는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셋째 행을 읽으면서는 코끝이 쨍 하니 시큰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니 자크 프레베르의 시 [주기도문]의 앞머리였다. 프레베르답군! 나는 미소 지었다. (129쪽) 1년이나 짝사랑을 하고 있는데 딱히 고백을 하고 싶지도 않고 이 상태 그대로 그냥 좋다는, 그런데 이렇게 긴 짝사랑이 혹시 병적인 건 아닌지 궁금하다는 젊은 벗에게 쓴다. 짝사랑도 괜찮다. 되든 안 되든 고백해버려야 속 시원하고 후회 없다고 짝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충고하지만, 어떤 사랑은 마음에 품고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기도 한다. 사랑의 마음을 품고 있을 때 그것을 고백하는 게 나은지 아닌지는 오직 스스로 알 뿐이다. 고백을 통한 관계의 형성보다 그 마음의 에너지를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쏟는 것이 더 나은 시기가 인생에는 있다. (167~168쪽)그렇지 않으면 너흰 그냥 다른 몸이 고팠던 거야. 너는 아닐지 몰라도 그 사람은 그런 거야. 지루한 생활에 다른 매혹을 주는 사금파리 같은 반짝임이 필요했던 거야. 찔리면 아픈데 죽지는 않는 사금파리 하나쯤 옆구리에 박은 채 멀쩡하게 사는 사람들 많지. 그런 사금파리는 그냥 장식이야. 진짜 고통도, 진짜 사랑도 창조하지 않아. 그 정도로 만족하겠다면 그래도 돼. 그런데 그걸 불륜 아닌 사랑이라고 우기지는 말라고. 사랑은 더 아프고, 더 고독하고, 더 전부를 걸어야 하는 일이야."당신에게 쏟아놓은 내 말들이 비수임을 알면서도 해버렸다. (174쪽)*사금파리: 사기 그릇이 깨져 생긴 작은 조각.그런 변화는 단연코 매번 책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자뻑의 힘이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이런저런 희비극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동안, 자기를 긍정하지 못해 위축되었던 어린 여자아이는 훌쩍 성장했다. 나를 좀 더 큰 세상의 스케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오빠의 죽음과 나의 탄생이 너무 긴밀히 꼬여버려 발생한 우울감, 남아를 생산해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책무를 짊어졌던 엄마의 삶에 대한 너무 많은 의문과 안타까움과 저항감, 남자아이로 태어났어야 했다고 생각한 내가 여성으로서의 나의 신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은 혼란들. 이토록 복잡했던 사춘기의 내면은 독서 편력을 통해 조금씩 정리되었고, 어떤 불행도 내 삶의 주인공으로서의 나를 빛내주기 위한 무대장치 같은 거라 여기는 당돌한 자의식이 출현했다. 내 인생은 내 거야. 오래전에 죽은 오빠가 나를 망치게 둘 순 없어. 엄마도 아빠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아. 내가 어떻게 살지는 내가 결정하는 거라고! (181~182쪽)그렇게 나는 책을 통해 구원받았다. 내가 그렇게도 탐욕스럽게 책 읽기에 빠져들었던 것이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음을 나중에 깨달았다. 내게 필요한 것을 나는 선택했고, 충분히 몰입했고, 늪으로부터 빠져나왔다.누구나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기다운 방법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끝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스스로의 힘을 믿어라. 스스로를 가장 사랑해야 한다. 거기가 출발이란다. (182쪽)"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고 원하고, 기운을 줄 수 있어 좋고 받을 수 있어 좋은 친밀한 관계들이 좋다. 사랑에, 연애에 빠질 수도 있을 만큼 특별한 친밀함을 느끼지만 자칫 친밀함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연애에 빠지지 않는 것도 좋아 보인다. 일종의 긍정적인 거리 유지 - 나이를 먹는 즐거움 중 하나는 연애의 뜨거움과 친밀한 관계 맺기 사이에서 장기간 서로에게 더 좋은 관계가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랑의 다른 얼굴인 이것은 우정의 능력이다. 사랑의 연대 중 가장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인 우정의 힘. 성별, 나이, 계층, 인종, 민족, 국가와 상관없이 더 다양한 우정의 관계들이 생길수록 인생은 풍요로워지고 세상은 평화로워진다. (188쪽)사랑하는 사람을 얼른 만나 결혼하고 싶다는 내 어린 친구!그대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날이다. 사랑하는 사람 만나 일찍 결혼하는 것도 좋고 평생 연애만 하는 것도 좋은데, 한 가지는 명심하길. 자신의 생은 오직 스스로만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성차별 면에서 세상이 퍽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많은 측면에 뿌리 깊은 남녀 차별과 가부장 의식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자들의 의식이 많이 깨였다고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여전히 가부장 사회의 나쁜 관례에 의존적인 사람이 많다는 것을 솔직히 성찰해야 한다. 어찌 되든 결혼만 잘하면 인생 편다는 왜곡된 의식을 가진 여성들이 결혼 시장 을 여전히 주도하며, 남편의 출세 여하와 경제력, 사회적 권력에 자신의 삶을 부기하려는 여성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 평등과 성 해방은 요원한 일이다. (190쪽)가끔 청소년들이 이런 말을 한다."꿈을 크게 가지래요. 10년 후의 자기를 근사하게 상상하면 원하는 대로 된대요."아뿔싸,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고민하다 솔직하게 말한다."아서라, 그런 상상. 10년 후에 이루고 싶은 것을 이미지로 그려볼 수는 있지만, 10년 후를 상상하는 데 시간을 들이지 마라. 상상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집중할 것은 오늘과 내일뿐이다. 조금 길게는 일주일. 좀 더 길게는 한 달."신년 초에 한 해 계획을 생각하는 것은 물론 좋다. 올해는 뭘 해야지, 어떻게 살아야지, 다짐하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집중해야 할 것은 오늘과 내일뿐이다.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가 내일이 되고, 그런 하루가 모여 1년이 되고, 그런 1년이 모여 10년 후가 된다.오늘과 내일. 여기에만 최선을 다해라. (215~216쪽)행복도 기쁨도 충만감도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창조 감각이다. 생의 활기와 생기는 생의 주체에 의해 다채로운 형식으로 창조된다. 원효, 임제 등 동양의 선지식들에 의해 강조되어온 일체유심조 , 수처작주 입처개진 의 지혜들이 이런 창조 감각에 대한 이야기라고 나는 이해한다 (220쪽)*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지금 있는 곳이 진리(깨달음)의 자리다.그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귀하게 대접하자. 많은 사람들이 실제 자기 모습보다 자신의 외모를 낮게 평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왜 그럴까? 비교 대상을 외부에 두기 때문이다. 극소수 연예인 외모를 표준 삼아 비교하니 내 외모에서 장점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비교는 불행을 부르는 만악의 근원이다. 설령 내가 표준보다 못생겼다고 해도 외모로 한 사람을 평가하려는 것이 얼마나 무지하고 폭력적인 일인지를 성찰한다면, 외모지상주의의 시류로부터 과감히 자유로워져야 한다. 외모 지향, 외모 지적질 로부터 과감히 하차해서 끊임없이 나를 외모로 평가하려는 세상을 비웃어라. 나는 세상이 정한 대로 살지 않겠다. 나는 그렇게 비루하게 살지 않겠다. 내 가치는 내가 찾는다!라고. (227쪽)릴케를 빌리자면, 사랑은 자기 자신을 더 넓은 세계로 이끄는 용기다. 우리의 할 일은 사랑의 순간들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의 할일은 사랑의 순간들을 즐기는 것이다. 더, 더, 더 맘껏 사랑의 찰나성을 누리는 것이다. 충만하게 누린 오늘의 순간들이 내일이 되는 것이니, 오늘 내가 충분히 사랑했다면 족할 뿐. 모든 것은 무상(無償)하다.변화의 다른 말인 무상성의 인식은 지금여기의 삶에 최선을 다하도록 우리를 돕는다. (260쪽)*무상(無償): 어떤 행위에 대해 요구하는 대가나 보상이 없음.<바쇼의 방랑 규칙>- 몸에 칼을 지니고 다니지 마라. 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마라.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어떤 것, 같은 땅 위를 걷는 어떤 것도 해치지 마라.- 옷과 일용품은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소유하지 마라.- 물고기든 새 종류든 동물이든 육식하지 마라. 특별한 음식이 나 맛에 길들여지는 것은 저급한 행동이다. 먹는 것이 단순 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는 말을 기억하라.- 말이나 가마를 타지 마라. 자신의 지팡이를 또 하나의 다리로 삼으라.- 시를 제외하고는 온갖 잡다한 것에 대한 대화를 삼가라. 그런 잡담을 나눈 후에는 반드시 낮잠을 자서 자신을 새롭게 하라. (274쪽)그중에 한결같은 사랑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체 게바라와 카를 마르크스 정도다.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두말할 것도 없이, 체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 중 하나다. 새로운 인간 을 꿈꾼 젊은이. 목숨을 걸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갔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새로운 인간 이 된 체 게바라. 스물아홈에 쿠바 혁명군 사령관이 되고, 서른아홈에 죽음의 품격을 지킨 채 총살당한 이 남자의 세상을 향한 뜨거운 사랑은 여전히 나를 감동시킨다. 마지막 게릴라 전투지가 된 볼리비아의 정글로 가는 것을 만류하던 동료에게 체가 남긴 말.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몸이 이끄는 방향으로 가는 이와 정신이 이끄는 방향으로 가는 이." (276쪽)[경제학 철학 수고]를 읽던 날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인간이 인간일 때, 그리고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계가 인간적인 것일 때, 그럴 때 당신은 사랑을 사랑과만, 신뢰를 오직 신뢰와만 교환할 수 있다."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이런 범주의 책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스무 살의 내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내가 [공산당 선언]을 좋아한 이유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 책들의 아름다움을 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이해한다. 먼 훗날 그가 스스로의 입을 통해 내뱉은 말,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자본과 권력의 직간접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오직 자기 자신으로 사랑받을 수 있기를 원했던 사람. 사랑은 사랑과만 교환되기를, 신뢰는 신뢰로만 교환되기를! 그러므로 지금 사랑하는 당신은 어떤 대가 없이 오직 사랑하기를. (280쪽)죽지 말아요, 사랑하니까 죽지 말아요.모르는 당신을 향해 내가 중얼거렸다. 당신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아름다운 것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얼마나 고요하고도 생생한 핏자국인지, 당신의 뒷모습이 모두 말해주었다.그러므로 모르는 당신에게 사랑한다, 고 말한다.모르는 사람을 어떻게?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 순간의 내 사랑은 진심이었다.세상에는 모르는 당신의 뒷모습을 향해 힘내라고 말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견디는 당신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287쪽)아무튼 그가 자살한 나이보다 훨씬 더 많이 나이 든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진정으로 창조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사랑을 얻을 수 있었다면 자살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자살은 죽음을 취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나는 자살이라는 죽음의 방식이 특별히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너무도 극적인 죽음은 통증을 남긴다. 그리고 모든 비극적인 죽음에는 사랑의 결핍이 있음을 알고 있다. 사랑한다면, 죽을 수 없다. (293쪽)인류를 인류이게 하는 핵심에 예술과 철학이 있다고 믿지만, 예술사와 철학사의 배면에 흐르는 가장 질긴 싸움은 돈으로 표상되는 물질과의 투쟁사다. 물질에 잡아먹히지 않고 인간의 영혼과 내적 성숙과 창조의 광야를 어떻게 드넓힐 것인가.어떤 선택을 하든 조건은 너무나 좋지 않다. 딱히 예술계의 문제가 아니라, 돈을 벌어서 돈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너무나 많고, 돈에 쪼들리면서 살 수밖에 없는 조건임에도 돈에 잡아먹히지 않고 개인의 삶을 지켜내기도 참으로 어렵다. (297~298쪽)나는 예쁘다와 아름답다를 구분해서 쓰는 사람이다. 예쁘다와 아름답다 사이에 어여쁘다는 말을 쓴다. 예쁜 사람들은 TV속에 아주 많다. 물려받은 유전자가 좋고 거기에 관리까지 잘되어 외모가 훌륭한 예쁜 사람들. 그런데 예쁜 건 그냥 예쁜 거다. 예쁜 것이 감동을 주지 않고, 예쁘기 때문에 동경하게 되지는 않는다. 예쁘고 몸매 좋은 외모는 유전자의 몫이고 개인의 노력과는 상관없는 것이므로 그것은 개인의 성취가 아니다.노력해서 얻는 성취가 아닌 것들이 깊은 감동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름다운 사람은 다르다. 아름다운 사람은 보고 있을 때 감동이 온다. 배우고 싶고, 동경하게 되고, 꿈꾸게 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아름다움에서 나오고, 자존감 낮은 사람에게서는 아름다움을 느끼기 어렵다. (299쪽)Q 시계를 자주 보십니까?A "단풍 들 때 봐!" "첫눈 내릴 때 전화해." "해질 무렵 보러 갈게." "문득 만나." 내가 좋아하는 약속의 말들이다. 좋게 말하면 무심, 적나라하게 말하면 무책임해 보이는 말들......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단연 문득 이다. 문득 누군가 보고 싶고, 문득 전화를 하고, 문득 떠나고, 문득 돌아온다. 이기적이다. 문득 이란 시간 체험은 몹시 주관적인 거니까. 오직 홀로된 자신만이 문드그이 시간을 안다. 쯧쯧. 이러니 애초에 사회생활 이란 내게 그림 속의 네온사인 피는 도시 인 것이다. 그 도시를 열렬히 원해본 기억도 실은 없지만, 그 도시가 이런 나를 순순히 받아들여줄 리도 만무. 그러니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작가가 장땡이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대도시 출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글쟁이로 여러 해 살다 보니 이제 도시의 시간은 적당히 나를 포기해주었다. 저 좋을 때 문득 나타나고 사라지는 일에 굳이 부연설명하지 않아도 되어 참 좋다. "작업 중이야." 그걸로 구구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과분한 삶. 시계를 자주 보지 않아도 되는 삶. 아유, 감사해라. (302~303쪽)! 문득 이 발생하려면 여유 시간이 있어야 한다. 빈 시간에서 문득이 생긴다. 문득으로 고요한 나를 발견할 열쇠.Q "나는 고발한다"라고 외치고 싶은 사건이 있습니까?A 이 질문지를 받은 2009년 11월 22일. 4대강 살리기 첫 삽 뜨다 운운하는 뉴스. 부끄러움 모르는 저 언어 사기를 고발하고 싶다. 얻다 대고 살리기 래? 녹색을 사칭한 채 돈 세는 것밖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지껄이는 언어도단에 치욕을 느낀다. 아직도 이런 반생명적 토목 건설 공사로 돈줄을 관리하는 이 나라의 무지와 야만. 사기죄로 고발하고 싶다. 세상에, 저렇게 작정하고 강을 죽이려 드는 짓을 너희 나라 사람들은 그냥 두니? 너희 나라 학자들은 다 뭐 하니? 너희 나라 작가들은 다 뭐 하고 있니? 4대강 사업 때문에 졸지에 후진국의 후진 작가가 되어버렸다. 후진국이라는 거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아직도 이런 반생태적 토목공사가 횡행하는 나라니까.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야만적 수준이니까. 그런데 말이지. 정치하는 사람들이 후진 통에 졸지에 후진 작가가 되어버리는 건 억울하다. 무지하고 뻔뻔한 정책으로 시민과 작가를 통째 후지게 만드는 정치꾼들,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싶다. (305~306쪽)
모든 사랑의 순간마다 함께할 마흔네 가지 사랑 이야기
맘껏 사랑하고 사랑받고, 자유롭고, 자유롭게 하라




◎ 도서 소개

사랑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했다는 의미의 삼포시대는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 집과 경력을 포기한 오포세대에 이어 희망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한창 사랑하고 행복해야 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할 시기에 사는 일을 걱정하고 내일을 고민해야 하는 세대에게 사랑이 사치로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사랑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 아닐까?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야말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이 책은 사랑에 대해 오래 관찰하고 경험해온 작가 김선우가 멋진 사랑을 응원하며 보내는 사랑의 찬가다. 마흔네 개의 이야기 속에 아름답고, 찬란하고, 외롭고, 쓸쓸하고, 슬프고, 기쁘고, 설레고, 아프고, 위대하고, 사소한 ‘모든 사랑의 순간들’을 담았다. 이 모습들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맘껏 사랑하고, 사랑받고, 자유롭고, 자유롭게 하라’는 것이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생처럼, 언젠가 죽을지라도 오늘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그리고 세상을 꽃피워가니까. 이 책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 가 ‘사랑은 무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답’이라는 말을 던지는 이유다. 그렇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 오직 당신의 사랑이다. 사랑 속으로, 세상 속으로, 용감하게 전진하는 것은 오직 당신! 당신이 행복해져야 세상이 행복하다.




◎ 출판사 서평

모든 사랑의 순간마다 함께할
마흔네 가지 사랑 이야기



사랑이 없다면 삶이란 아무 의미가 없다네 라고 저는 자주 말합니다. 인간에 대한 가장 정직한 설명은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존재’라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더 잘 사랑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내적 힘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사랑 아닌 것이 사랑이라 강요될 때 생기는 상처들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요. 사랑 아닌 것에 속아서 삶의 에너지를 낭비해선 안 되니까요.

_‘프롤로그’ 중에서



인간은 근원적으로 외롭고 고독한 존재. 사랑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다.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부정해 보지만 사랑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이고, 사랑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삶을 좌우하는 생의 밑거름이자 삶의 모든 것이다. 또 한 가지, 사랑은 2인칭도 3인칭도 아닌, 절대적으로 1인칭의 사건, 오직 나의 일, 내가 주인공인 사건이다. 나만이 내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듯이 오직 나의 사랑일 때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사랑은 어디서 왔을까? 그리고 사랑 후에는 무엇이 남을까? 사랑에 대한 또 하나의 명제, 이 책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 (21세기북스 펴냄) 안에 그 답이 있다.

당신은 분명 사랑을 해봤거나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 속에 있기에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고, 사랑 속에 있지 않더라도 사랑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두근거림이 있어 사랑이 궁금할 것이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해 오래 관찰하고 경험해온 작가 김선우가 멋진 사랑을 응원하며 보내는 사랑의 찬가다. 마흔네 개의 이야기 속에 아름답고, 찬란하고, 외롭고, 쓸쓸하고, 슬프고, 기쁘고, 설레고, 아프고, 위대하고, 사소한 ‘모든 사랑의 순간들’을 담았다. 이 모습들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충분히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고, 자유롭고, 자유롭게 하라’는 것이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생처럼, 언젠가 죽을지라도 오늘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그리고 세상을 꽃피워가니까.

사랑이 사치로 느껴지는 서글픈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답이다

그런데 현실은 말처럼 아름답지 않다. 사랑은커녕 삶의 조건은 갈수록 팍팍하고 고단해져 가고만 있다. 치솟는 물가와 등록금, 취업난, 집값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압박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없게 만들어버렸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했다는 의미의 삼포시대는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 집과 경력을 포기한 오포세대에 이어 희망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더 포기할 것이 남았나 싶은데 세상은 이제 ‘N포세대’라는 말로 젊은이들을 더욱 좌절하게 하고 있다. 사는 일이 이토록 버거우니 사랑하는 일은 더더욱 버거울 수밖에 없다. 한창 사랑하고 끝없이 행복해야 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할 시기에 사는 일을 걱정하고 내일을 고민해야 하는 세대에게 사랑이 사치로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사랑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 아닐까?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야말로 삶을 가장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이 책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 가 ‘사랑은 무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답’이라는 말을 던지는 이유다. 그렇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 오직 당신의 사랑이다.

당신이 행복해져야 세상이 행복하다
지금 여기, 한 번뿐인 생, 맘껏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생의 모든 문제는 사랑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한평생은 거대하고 영원한 사랑의 과정이다.
_줄리아 크리스테바



김선우 시인의 날카로운 응시와 따뜻한 응원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오직 당신’의 사랑을 개척하고 누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작은 단초를 발견한다면, 더 근사한 사랑을 통해 당신의 생을 환하고 생기발랄하게 살아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사랑 속으로, 세상 속으로, 용감하게 전진하는 것은 오직 당신! 당신이 행복해져야 세상이 행복하다 는 저자의 단언처럼 지금 여기, 한 번뿐인 생, 맘껏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답이니까.


◎ 본문 중에서

모든 사랑의 역사는 찬란하다. 사랑이 영원한 것이라서 영원한 인간의 화두가 아니라, 영원하지 않기에 영원한 인간의 화두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생의 기적처럼, 언젠가 죽을지라도 오늘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들 이 서로를, 세상을, 꽃피워간다. 당신이 사랑을 시작한 날, 세상에 별자리 하나가 새로 생긴 것임을 잊지 마시길.
- 1부 ‘사랑을 시작한 날, 별자리 하나가 새로 생겼다’ 중에서

권태로운 관계의 의무적 지속은 완벽한 홀로됨보다 훨씬 외롭고 해롭다. 권태 속의 자신을 포장하고 견디기 위해 씌워주는 가면을 든 손, 그 손은 상대방으로부터 오기도 하지만, 종종 자신에게서 나온다. 권태 속에 안정감 있게 고여 있는 영혼보다 사랑 속에 불안하게 흔들리는 영혼이 언제나 더 사랑스럽다. 때로 사랑을 놓고 떠나는 일이 사랑을 구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 1부 ‘사랑을 위해 떠나요’ 중에서

어떤 이별도 죽을 만큼 힘들진 않다. 정말로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살게 되어 있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므로, 누군가에게 또 사랑을 주기 위해 당신은 살 것이다. 죽을 것처럼 사랑한 최선의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인생을 훈련한다. 그러므로 사랑의 관계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값지게 만드는 훈련의 최고봉이다. 더 많이 훈련할수록 더 잘 사랑하게 된다.
- 1부 ‘사랑했으니 됐다 ’ 중에서

사랑이라는 사건은 사랑하고자 하는 나의 욕망이 분출되어야 생긴다. 덜컥 반쪽이 나타나서 어쩔 수 없이 운명적으로 빨려들었다는 것은 스스로의 지성과 감성이 마비되었음을 고백하는 부끄러운 일이다. 운명의 반쪽 판타지를 버려야 좋은 연애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운명의 반쪽은 사랑의 당사자가 만드는 거다. 멋진 상대가 있어야 멋진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멋진 사랑을 만드는 게 바로 나다.
- 1부 ‘운명의 반쪽? 정신 차려라’ 중에서

성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건강하게 인식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 없이는 새로운 생명이 세상에 올 수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행위’를 통해 세상의 에너지가 생생하게 아름다워진다는 것. 이를테면 지구의 사랑 에너지 지수를 높이는 가장 중요 한 행위가 랄랄라, 다정다감한 섹스의 일렁임이라는 것.
- 2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불꽃놀이’ 중에서

사랑이 찾아오면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된 다. 많은 사랑을 맞고 또 보내면서, 나는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다. 사랑이 찾아오는 것이 우리의 영혼을 진보시킬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오는 것임을. 사랑해요 라는 당신의 한마디를 단초 삼아 나는 몸과 영혼의 신비로운 긴 여정에 오른다. 날마다 전 인생을 거는 사랑, 사랑하지 않는다면 죽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 2부 ‘사랑에 관한 거의 완벽한 고백’ 중에서

섹스는 인간의 감정을 풍요롭게 해주는 질 높은 유희이고, 가장 민주적인 몸의 만남이고, 온몸의 감각을 민감하게 깨우고 북돋우는 종합예술에 가깝다.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 한 무대에 서 좋은 호흡을 맞출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다정한 쾌락과 차가운 쾌락 사이, 선택은 물론 당신 몫이다. 다만 한 가지 가장 기본인 원칙, 기분 좋은 섹스를 할 수 없는 상대와는 섹스하지 마라.
- 2부 ‘다정한 쾌락과 차가운 쾌락 사이 ’ 중에서

비혼이든 결혼이든 졸혼이든 이혼이든,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건 오직 개인의 몫이다. 나는 결혼 제도를 선호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결혼을 선호하고, 실제로 결혼 생활을 만족하게 하는 사람도 많다. 자기 생의 중요한 가치를 무엇으로 삼는가에 따라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고, 자기 선택 안에서 좋은 사랑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 그러니 문제는 형식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내용이다. 우리는 더 잘 사랑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거니까.
- 3부 ‘결혼, 결혼, 결혼……그놈의 결혼’ 중에서

그에게, 사랑에게, 의지하려 하지 마라. 사랑은 분명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는 것이지만, 의지하려는 마음이 먼저 생길 때엔 낭패하기 쉽다. 단독자로 자유로운 후라야 사랑에 성공한다. 그때에야 그가 참으로 당신을 의지해도 좋은 때가 되는 것이다. 의지하려 하지 말고 당신이 먼저 근사한 언덕이 되려고 노력하길. 스스로의 자존과 품위를 지키는 일, 스스로 성장하는 일이 좋은 사랑의 밑거름이다.
- 3부 ‘벗에게 보내는 편지, 차라리, 사랑을 놓고 떠나라’ 중에서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미래를 만든다. 사랑을 받는 것만이 아니라 사랑을 주고자 하는 적극적 의지의 발현,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 사랑의 가치를 훼손하는 사회의 억압을 뚫고 사랑의 능력을 유지하려는 개인들의 노력이 사람 사는 세상을 유지한다.
- 4부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중에서

우리의 할 일은 사랑의 순간들을 즐기는 것이다. 더, 더, 더 맘껏 사랑의 찰나성을 누리는 것이다. 충만하게 누린 오늘의 순간들이 내일이 되는 것이니, 오늘 내가 충분히 사랑했다면 족할 뿐. 모든 것은 무상(無常)하다. 변화의 다른 말인 무상성의 인식은 지금여기의 삶에 최선을 다하도록 우리를 돕는다.
- 4부 ‘우리의 할 일은 사랑의 순간을 즐기는 것’ 중에서


◎ 목차
프롤로그

1장 - 사랑에 관한 애절한 편견들
1. 사랑을 시작한 날, 별자리 하나가 새로 생겼다
2. 사랑, 가장 윤리적인 세상의 일
3. 사랑에 독립을 논하지 마라
4. 나쁜 남자는 나쁘다
5. 사랑을 위해 떠나요
6. 죽을 것처럼 사랑하라
7. 사랑했으니 됐다
8. 상처를 주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9. 운명의 반쪽? 정신 차려라
10. 사랑은 몸과 마음의 일치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
11. 사랑, 성숙하거나 망하거나

2장 - 사랑, 섹스 그리고 결혼에 대하여
1. 그대가 내게 키스하지 않는다면
2.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불꽃놀이
3. 사랑에 관한 거의 완벽한 고백
4. 그대, 나를 살게 하는 힘
5. 정염 이후
6. 다정한 쾌락과 차가운 쾌락 사이
7. 포옹한다는 건, 나의 어딘가로 귀향한다는 것
8. 사랑은 생명 이전이고
9. 사랑, 그 특별한 끌림
10. 결혼, 결혼, 결혼…… 그놈의 결혼
11. ‘결혼’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3장 - 행복한 사랑꾼으로 거듭나는 방법
1. 모든 사랑은 첫사랑
2. 그 정도도 미치지 않고, 사랑이라고?
3. 자신의 목소리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4.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5. 벗에게 보내는 편지-차라리, 사랑을 놓고 떠나라
6. 노력해야 하는 것은 정신의 청춘이다
7. 춘향의 존재 선언, 그 후
8. 사랑은 늙지 않는다
9. 우리는 모두 매일의 혁명가다
10. 나를 사랑하기 위하여
11. 청춘, 외로움이 주는 음식들

4장 - 사랑 너머 더 넓은 사랑으로
1.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2. 짐승의 힘에 맞서는 사랑의 힘
3. 구름이 가려도 하늘은 그곳에 있다
4. 우리의 할 일은 사랑의 순간을 즐기는 것
5. 사랑의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한다면
6. 이토록 많은 신의 얼굴
7. 그를 사랑했던 첫 마음으로
8. 당신이라는 풍경들
9. 마야코프스키를 읽는 밤
10. 그녀는 아름다웠다
11. 사랑, 복면, 인터뷰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