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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즈음, 청소년 시립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띈 한 권의 책. 바로 <누가 진짜 나일까?>였다. 그 당시에도, 지금 이순간도, 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해야 했었고, 피곤했었던 것 같다. 2층 열람실에 와서 그림책을 펴는 순간. 지친 표정의 주인공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부품의 수량을 계산하는 일을 맡고 있는 자비에. 표정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일하는 모습. 심지어 무슨 부품을 만드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다소 황당해 보이기도 했다. 재미없고 지루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일상들. 어디선가 본 듯한, 그 생명력 없는 무채색에 가까운 사람들의 표정. 멈추지 말고 일하기를 원하는 회사의 요구. 그 부당한 요구 속에서도 계속 일을 감당해낸 자비에는 지쳐갔다. 당장 사표를 내고 싶었던 자비에였지만, 회사를 떠나면 사장이 힘들어하리라는 것을 알기에 꾸역꾸역 더 버티었던 그 모습이 애처롭지만, 공감이 되는 대목이었다. 힘들다고 일을 안 하게 되면 누군가는 힘들어지거나, 또 일을 안 하고 있는 나를 괜찮다고 말할 수 없는 ‘나’를 잘 안다. 버겁고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자비에에게 사장은 복제인간을 만날 수 있는 미용실을 권한다. 미용실에서 ‘또다른 나’를 대면하고 놀란 자비에에게 사장은 아무렇지 않게 또다시 회사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강요한다. 복제인간은 과연 자비에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복제인간은 자비에가 정말 원하는 것을 대신해줄 뿐,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벗어나게 해주지 못한다. 결국 자비에는 그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도망친다. 바다로 도망쳐서 자비에가 찾은 행복은 크레이프를 파는 것. 이건 그림책 속의 인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곧 내 이야기였다. 하루하루 보내는 것이 물론 의미는 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일들을 감당해내고 있는 내가 버겁게 느껴졌다. 내가. 그리고 그 일들이... 어느 누구도 나에게 그 많은 짐을 강요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시선에, 인정에 목말라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더 잘하려고, 더 완벽해지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사실, 내가 이런 일상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단지 바다를 찾아간다고 해서 행복해지고 진짜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비에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고 진짜 나를 찾고 싶은 강한 열망과 동시에 어렸을 적 바다를 참 좋아했던 본인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그토록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조금 더 깊이 나를 들여다봐야겠다. 그러려면 남의 말과 다른 이들의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뚜벅뚜벅 그 길을 갈 때, 비로소 나는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2018)
학교도서관 선정 올해의 책(2017)
「모두를 위한 그림책」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의 다양한 시선을 존중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두 작가, 다비드 칼리가 글을 쓰고 클라우디아 팔마루치가 그림을 그린 누가 진짜 나일까? 를 첫 번째 그림책으로 소개합니다.
큰 공장에서 일하는 자비에는 넘쳐나는 일 때문에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자 사장은 자비에와 똑같은 복제 인간을 만들어줍니다. 이제 자비에는 청구서 처리도, 물고기에게 밥을 주는 것도,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것에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비에는 자신이 종일 일하는 동안 자신의 삶을 사는 복제 인간으로 인해 훨씬 더 행복해졌을까요? 혹시 그 사람이 진짜고, 공장에서 기계처럼 일하는 자비에가 가짜인 건 아닐까요?
사람은 왜 일을 하고, 진정한 노동의 의미와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삶에서 노동의 가치를 찾는 일은 삶의 가치를 찾는 일과 같다고 할 만큼 중요합니다. 이 책은 기업의 이윤 추구만을 위한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인간적 가치를 상실하고 무력감에 빠지게 되는 주인공 자비에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경영자가 마치 조물주라도 되는 것처럼 만들어 낸 복제 인간을 통해 개인의 자아가 존중받지 못하는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를 이야기합니다. 결국 행복한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며, 언제나 자신이 삶의 중심이 되어 깨어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역사, 철학, 문학, 사회, 예술이 놀랍게 어우러진 이 책에서 글을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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