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소설가의 유일한 윤리는 좋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믿는다. -작가의 말정용준 작가의 소설들을 역순으로 읽었다. 세 편의 단행본을 읽으며 빈 공간에 어떤 세계를 그려 넣고 있는 작가의 등이 연신 보였다. 그 진득하게 깊이 내려앉는 모습을 선망하면서도 가끔 마주하기 버거울 때도 있었다. 덮어두고 눌러두었던 내 안의 어둠을 항해하는데서 비롯된 피로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애써 담담해진 마음을 젓는 물살은 여동이 길다. 그러나 삶의 진액을 타르처럼 검게, 때론 붉게, 또 때론 파랗게 토해내는 깊고 섬세한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무게감과 가벼움을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두 가지 세상이 팽팽히 겨누는 인상을 받았다. 움직임과 이동성이 있는 건강한 서사와 반대로 고여 썩는 서사. 어느 것 하나도 깨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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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1.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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